82년 9월, 이번엔 미국 시카고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연쇄 독극물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인이 즐겨 찾는 유명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독을 품어 나른 용기 역할을 했다.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사먹은 7명이 한꺼번에 급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약에 독을 넣다니…”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당시 타이레놀은 연간 매출액 4억5천만 달러, 미국 내 시장 점유율 35%에 이르는 진통제 부문 최고의 상품이었다. 그런데 “시카고 부근에서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 7명이 갑자기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시장점유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금세 5~10% 안쪽으로 감소했다. 뉴스를 접한 사람 대부분이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했고 전혀 소식을 모르는 사람만 타이레놀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 수치였다. 일부 언론에선 그 무렵 미국 전역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숨진 250여명이 혹시 타이레놀을 먹고 숨진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내보냈다. 파장이 워낙 큰 탓에 이 사건은 바로 연방수사국(FBI)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일단 초동조사 결과 “사망자들은 모두 캡슐 형 타이레놀을 복용했고 그 속에 독극물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약의 제조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으며” 단지 시카고 근교에서의 유통, 소매과정에서 “누군가가 캡슐을 뜯고 독극물을 넣은 것”으로 추정됐다. 제약회사로서는 직접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표였다. 그런데 여기서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보통의 경우, 자사 제품 약을 먹고 사람이 여럿 죽었다면 쉬쉬하거나 “우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기 마련인데 이 경우는 달랐다. 사건이 발생한 첫날부터 회사는 ‘타이레놀 약화사고’의 전모를 세세하게 브리핑했다. 또 스스로 미국 전역에 팔려나간 타이레놀의 전량 회수작전을 벌였다.
심지어 제조과정에 문제가 없고 회수한 타이레놀 100여만 병중 75정만 독극물에 오염됐다는 검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계속 방송을 통해 “현재 집에 타이레놀이 있다면 복용하지 말고 회사에 신고해 달라”고 설득했다. 시중에 풀린 타이레놀을 회수하고 검사해 처리하는 한편 세밀한 사항까지 언론에 공표하는 비용으로 10억 달러(82년 당시 1조 2천억 지출)가 넘게 지출됐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일을 벌여나갔다. 회사는 또 제조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망자 유족을 찾아 조문하고 적절한 위로금도 지불했다. 당시 회사의 사고처리를 진두지휘했던 제임스 버크 회장은 훗날, “사건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시민이 함께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 악마범죄에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버크 회장은 2012년 고령으로 사망했다)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에 대한 회사의 이런 공개전략은 독이든 타이레놀 75정을 찾아내 더 이상의 희생을 줄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신용도가 급격히 올라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원래 수준을 넘어섰으며 ‘신뢰 경영’ ‘고객 우선 경영’의 모범사례로 교과서에 등재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숨어서 악마의 범죄놀이를 하는 ‘유쾌범’에게 공개적으로 대응해 코를 눌러버린 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1986년 또 한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의 마켓 판매를 영구적으로 중단..
이후 누군가 임의로 개봉할 수 없도록 제품 포장을 재설계하여 다시 시장에 나왔다.
요약
누군가 타이레놀에 독약을 넣어 7명이 사망.. 제조사와는 아무 관련없다고 수사결과 발표..
하지만 회사는 1조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며 미국 전역에 퍼진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함..
또 발생하자 아예 판매 중단 하고 포장 방법을 바꾼 후에 출시.
참고로 타이레놀 회사의 기업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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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존슨 '우리의 신조'(Our Credo)
우리의 첫째 책임은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의사 간호사 환자 환자가족 등 모든 사람에 대한 것이라 믿는다. 그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우리 상품은 항상 최고 품질이 유지돼야 한다. 우리는 적절한 상품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고객의 주문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우리 제품을 취급하는 사업자도 정당한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둘째 책임은 전세계 어디서나 우리와 같이 근무하는 모든 남녀 직원에 대한 것이다. 모든 직원은 각자가 한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중시하고 각 개인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안심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우는 정당하고 적절해야 하며 근무환경은 청결하고 잘 정돈되고 또한 안전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그들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직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고충을 토로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 직원의 채용 능력계발 승진 등에서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 우리는 우수한 경영진과 관리자를 확보해야 하며 경영관리는 공명정대하고 도덕적 바탕 위에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셋째 책임은 우리가 생활하고 근무하고 있는 지역사회는 물론 세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하며 선행과 자선을 베풀고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사회의 발전, 건강과 교육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특별히 제공된 모든 시설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 유지하고 환경과 천연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의 마지막 책임은 회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의 사업은 건전한 이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하며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연구개발을 계속 수행해야 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며 실패할 경우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해야 하며 새로운 시설을 제공해야 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역경에 대비한 대책을 항상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주주들이 정당한 이익배당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존슨 앤 존슨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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